개월만 속살 드러내는 숨겨둔 보석 같은 섬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단지 그 찬란한 물빛 하나만으로 마음을 흔드는 섬이 있다. 태국 서해안인 안다만 해의 수평선 위에 열대림의 초록 모자를 쓰고 있는 시밀란 군도(국립공원)다. 세계 10대 다이빙 포인트라고 알려진 ‘안다만 해의 보석’ 시밀란 섬을 찾았다.》

○ 바다거북과 함께 수중에서 춤을

시밀란은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섬이 아니다. 1년 중 절반인 우기에는 관광객의 출입이 통제되고 건기인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 5개월 동안만 그 속살을 보여 준다. 감추어서 더 신비하고 숨겨 두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보석 같은 섬이다.

그래도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또 스쿠버 다이버에게는 성지 같은 곳이다. 내로라하는 세계의 다이버들이 망설임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곳이 여기다. 유명 스쿠버다이빙 잡지들은 이곳을 10대 다이빙 포인트로 꼽는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푸껫 북쪽의 휴양도시 카오락이 활기를 띠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른 아침 팡아 주의 타플라무 선착장. 이 한적한 어촌이 아침부터 부산하다. 시밀란 섬으로 가는 보트를 예약한 관광객 덕분이다. 대합실에서 마스크와 핀(오리발) 등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스피드보트에 올랐다. 10여 명을 태운 보트는 굉음과 함께 바다를 가른다. 파도가 제법 높은데도 보트는 물수제비 뜨는 돌처럼 파도 위로 통통 튀며 미친 듯이 달린다.

1시간 남짓 됐을까. 섬들이 나타난다. 시밀란 군도다. 가장 먼저 찾은 섬은 7번 빠유 섬. 이곳 물 빛깔에 탄성이 터진다. 고려청자를 닮은 옥빛이다. ‘에덴의 동쪽’이라는 이곳 이름은 그 물빛에서 왔다. 스노클링이 시작됐다. 수중의 산호 군락 사이로 여유롭게 헤엄치는 열대어 무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이어 5번 하 섬과 6번 혹 섬을 찾았다. 먹이를 던지자 팔뚝만 한 고기가 수면에 나타나 덥석 집어먹는다. 이곳 수중도 역시 투명했다. 그 안에서 생명체가 펼치는 화려한 군무에 눈이 부시다. 주변에 제법 큰 배가 10여 척이나 보인다. 며칠씩 숙식하며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리브 어보드(live aboard)’ 보트다.

가장 북쪽 9번 섬(방우)의 ‘크리스마스 포인트’에서 바다거북과 조우했다. 바나나를 던지니 바다거북과 열대어가 줄지어 달려든다. 간단한 스노클링 장비만으로도 수중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즐길 수 있는 시밀란 섬. 모든 게 놀랍고 부럽기만 했다.

○ 물빛에 반하고 산호모래에 놀라고

8번 시밀란 섬은 이 군도의 주인 격이다. 규모도 가장 크고 볼거리도 가장 화려했다. 보트가 해안에 다가서는데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왔다. 환상적인 연파랑의 물빛에 취해서다. 수면에서는 파도에 반사된 햇살이 은어 떼처럼 파닥거리고 수심 20∼30여 m의 수중에서는 그 안에 품은 생명이 명료하게 투시된다. 얼음처럼 차갑고 투명한 푸른빛이라고 해서 ‘아이스 블루(Ice Blue)’라고 불린다는 이곳. 그 맑은 물빛은 눈처럼 바닥에 쌓인 산호모래가 빛을 반사한 덕분이다.

해변의 아름다움은 표현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억겁 세월 동안 파도에 깎여 가루가 된 산호모래가 300여 m 해변을 온통 뒤덮었다. 밀가루처럼 보드랍고 설탕처럼 희고 고운 이 산호모래. 모래라는 단어 대신 ‘파우더’라고 불리고 있었다. 해변 한쪽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도널드 덕’을 닮은 바위가 언덕을 이루고 있다. 항해 중인 배 모습을 닮았다 해서 ‘세일링 록’이라고도 불리는 바위다. 맨발로 10분쯤 오르자 점점이 흩어진 시밀란 군도의 섬과 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해변의 노천식당은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빈다. 거기 앉아 태국 음식을 맛보며 오전의 피로를 씻는다. 상륙이 허가된 섬은 아홉 개 중 8번과 4번(미앙) 단 두 개뿐이다. 1∼3번 섬은 바다거북의 서식지다. 4번 섬은 시밀란 섬보다 찾는 이가 적어 호젓하다. 태국 왕실의 별장과 국립공원 사무소, 숙박용 방갈로도 이 섬에 있었다.


Posted by Dun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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